기후정치 선언문



<기후정치 선언문>


오늘 이 자리 모인 우리는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와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에 번번이 실패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진짜 기후정치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기후재난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최근의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태풍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 인간 재난입니다. 지금과 같은 자해적인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모든 재난은 더욱 거대한 재난의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모든 사실은 더 이상 새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위기를 알고도 우리는 이를 초래한 삶과 문명의 방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UN 기후변화협약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류의 각성을 촉구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세계 195개국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서명한 파리협약은 벌써 7년 전의 일이고, 그레타 툰베리의 ‘지구를 위한 금요일’ 이후 4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이제 경제규모로 세계 10위의 중견국가가 되었지만, 동시에 여전히 세계적인 기후악당국가의 오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지난 3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비율이 세 번째로 높은 나라입니다. 우리에게는 기후재난 시대에 글로벌 중견국가로서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바꾸자고 외치면서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노력하지 않으면서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대신 기후가 변했습니다. 그러나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이지 기후가 아닙니다.


시스템을 바꾸는 힘은 바로 정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정말로 시스템을 바꾸는 대신 바꾸는 척만 하는 가짜 기후정치입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당장 기후위기 극복을 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진짜 기후정치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와 단호히 결별하는 기후정치가 필요합니다. 석탄화력발전 중단은 시작일 뿐입니다. 화석연료에 의지해온 문명의 토대 자체를 바꾸어야 합니다. 화석연료는 전기 생산, 산업공정과 운송, 냉난방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리 문명의 곳곳에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과 그 방법, 오랫동안 미루어온 에너지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르는 불평등 해소, 전환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입니다.


무한성장에 집착하는 경제를 과감히 개혁하는 기후정치가 필요합니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무리한 물질적 성장을 맹신하며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한 회색 개발경제의 종착점입니다.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인정하며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하는 성숙한 경제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써내려가야 합니다. 우리가 자원을 소비하고 순환시키며 살아가는 근본적인 방식을 혁신해야 합니다.


기후적응 과정에서 재난의 불평등을 인식하는 기후정치가 필요합니다. 기후재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이미 바뀌어버린 기후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곧 기존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취약한 사람이 안전할 때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는 코로나19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후정치는 정치를 통해 우리의 시스템을 지구의 생태적 한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고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입니다.


기후정치는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인류의 공통과제 실현을 위해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현실 정치를 변화시키는 과정입니다.


기후정치는 기후위기 극복을 최우선의 정치적 목표로 하는 기후정치인과 이에 호응하는 기후시민이 함께 구체적인 기후의제에 의기투합해 변화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기후정치는 새로운 삶과 사회를 꿈꾸는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진짜 민주주의의 열린 마당입니다. 기후정치는 생각의 전환, 삶의 방식의 전환을 문명 전환으로 확장하는 신명나는 축제입니다. 기후정치는 개인이 시민으로, 시민이 세계시민으로 거듭나는 인류의 진화이자 진보의 과정입니다.


기후정치를 위해 우리 모두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하나의 개인, 하나의 기업, 하나의 정당이 가진 힘으로는 지금의 시스템도 정치도 바꿀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 가동을 위해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기후정치를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부터 행동하겠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당에서 진짜 기후정치가 시작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 노동 전환, 의식 전환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동자와 세입자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폭넓은 공론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전지구적 기후정치를 위해 세계의 기후정치인, 그리고 기후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는 서로가 가진 차이점보다 공통점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기후정치의 필요성에 절실히 공감하며, 모두를 위한 기후정치의 실현을 위해 각자가 속한 울타리를 넘어 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함께 행동합시다. 죽어가고 있는 사랑하는 이를 애타게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늦기 전에 기후정치의 대열에 합류합시다.


2022년 9월 23일
녹색당 김혜미 ·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 정의당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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