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이야기


- 2021. 12. 9. 장혜영 페이스북, 본회의 5분 자유발언


어쩌다보니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의 마지막 5분 발언을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헌정사에 또 하나의 큰 매듭이 지어지는 날인 만큼, 정쟁현안보다 꿈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자리에서 경청해주시고 공감해주신 여야 모든 의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선거 앞두고 싸울 때 싸우더라도 시민들을 위해 임시회 여는 일에까지 인색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탈시설 발달장애인의 가족입니다>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동료 의원님 여러분.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오늘, 제가 마지막 5분 발언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한 아이의 이야기로 발언을 시작하려 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바쁘고 힘든 부모님을 도와서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을 잘 돌보는 것이 자기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는 아이였습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될 무렵 아이의 동생은 장애인거주시설로 보내졌습니다. 아이는 부모님께 물었습니다. “왜 동생은 우리와 함께 살 수 없나요?” 부모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동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 아이는 동생과 헤어지는 것이 불행했습니다. 집을 떠나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낯선 곳에서 동생이 잘 지낼 수 있을지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날부터 아이의 목표는 동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이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아이의 마음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된 아이는 알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장애인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장애인의 인간답게 살아갈 자유를 침해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장애를 가진 시민을 격리하는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도 얼마든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사실, 장애의 유무나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존엄한 인격과 권리를 가진 평등한 시민이라는 사실, 장애인에 대한 돌봄과 지원을 오롯이 그 가족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어 짊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는 알게 되었습니다.


동생을 위해서, 나아가 장애를 가진 모든 시민들을 위해서, 내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든 장애부모님들을 위해서, 그리고 아이와 비슷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비장애 형제자매들을 위해서, 아이는 세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님 여러분, 그 아이는 지금 바로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저는 탈시설 발달장애인의 가족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일인 내일은 21대 국회에서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된 지 일 년이 되는 날입니다. 21대 국회에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권리로 명시하는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이 법에는 장애를 가진 시민들과 그 가족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오랜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이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 보건복지위에 상정되어 심의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이 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떤 장애인들에게는 시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부모들은, 어떤 가족들은 ‘탈시설을 반대한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탈시설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가족들도 탈시설이 걱정된다고 호소하는 가족들도 사실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가족이 있든 없든 모든 장애인이 존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365일 24시간 책임 있는 제도와 예산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지역사회에서 국가의 지원으로 자립하면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면 구태여 자녀를, 가족을 시설로 격리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늘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저는 조속히 곧바로 임시회를 개최하여 탈시설 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 그리고 모든 시민들의 차별받지 않을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의원님 여러분께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의 개인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비장애인의 특권이 아니라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도록 동료 의원님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요청드립니다.


지금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끝까지 자리 지켜서 경청해 주신 의원님들께 특별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0

국회의원 장혜영


농협은행 301-0274-6817-91 국회의원 장혜영 후원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국회의원회관 516호

Tel 02-784-1845   Fax 02-6788-7160

E-Mail. contact@janghyeye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