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3젠더 추모의 날을 기념하며 모든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 2022. 11. 22. 정의당 의원총회 모두발언
지난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1998년 미국 매사추세추 주에서 혐오범죄로 살해된 리타 헤스터를 기리면서 시작된 국제적인 기념일입니다. 차별과 혐오로 목숨을 잃은 트랜스젠더들을 기리는 추모행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서 이어졌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수백 명의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차별과 빈곤을 폭로하며 거리 시위를 펼쳤습니다. 미국에서는 콜로라도주의 한 성소수자 클럽에서 트랜스젠더 추모행사가 열린 가운데 총격 사건이 발생하여 최소 5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가 제3의 성으로 인정받는 파키스탄에서도, 최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레즈비언 주지사를 탄생시킨 미국에서도, 트랜스젠더 동료 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추모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트랜스젠더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인 이태원 거리에서 발생한 참사로 인해 더욱 무거운 애도의 마음이 모여 집회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의 최초 집회신고가 경찰의 금지통고를 받았고, 이에 불복한 집회 주최 측의 가처분 소송 끝에 대통령실 앞 하위 1개 차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렵사리 진행된 행사 현장에서는 경찰의 안전인력이 겨우 2명 배치되어 집회 참가자들이 차량에 부딪힐 뻔 한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반면 참가자들이 대통령실에 다다르자 기동대들이 따라붙고 대통령실 앞에는 수많은 경찰 인력이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고작 3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시민 안전보다 용산 대통령실의 안전이 더 중요한가 봅니다.
그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도 품기 어려운 세상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트랜스젠더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조차 크나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성별과 스스로가 느끼는 성별 정체성이 다른 것을 여전히 ‘정신장애’로 분류하는 우리나라에서 트랜스젠더의 삶은 그 자체로 싸움입니다. 트랜스젠더 동료 시민들을 포함해 모든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서는 ‘차별’과 ‘혐오’의 자리에 ‘존엄’과 ‘연대’를 새겨 넣어야 합니다. 그것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이며, 이를 위한 기본적 입법이 곧 ‘차별금지법’입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주요 입법과제로 ‘차별금지법’을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보수 기독교계의 혐오에 편승하거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라는 공적 자리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수준일 지경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촉구합니다. 시민들에게 닥쳐올 차별과 혐오의 위험을 알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정치가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법은 바로 ‘차별금지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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