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이 목소리들에 귀기울여주세요.



- 2022. 12. 1. 장혜영 페이스북


이어지는 이 목소리들에 귀기울여주세요.


정치는 삶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자유를 박탈당하고 시설에서 살아서는 안됩니다. 국회는 탈시설지원법을 통과시키고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민제님 공유글


질라라비장애인야학 학생 이상근 님이 엄동설한에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장애인권리보장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셨습니다. 항상 투쟁의 현장에서 묵묵히 함께 해온 이상근 님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삭발 결의문>


- 이상근(질라라비야학)


나는 열다섯 살에 처음 대구시립희망원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여러 시설에서 30년을 살았습니다.
마지막에 있었던 곳이 청구재활원인데 거기에서 탈시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설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청구재활원 자립반에 들어가면서 대구에 있는 자조모임에 한 번씩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자립을 준비해서 2017년 탈시설을 하였습니다.
나는 학교에 다니고 싶었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글을 알아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도록 나는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마흔다섯 살에 시설에서 나와서 처음으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에는 초등학력인정서도 받았고 지금은 중학과정을 다니고 있습니다.
또 탁구 동호회도 하고 있습니다. 억수로 잘 하지는 못 해도 열심히는 합니다. 살도 빼고 다리 운동도 되고 열심히 하고 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시설에 있을 때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 날이 그 날이고 살아 있는 게 별로 행복하다 느끼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탈시설을 하고부터는 하루 하루가 행복합니다. 물론 사람들과 다투고 열 받는 일도 생기지만 적어도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지 않습니다.
시설에 있을때는 만날 머리를 빡빡 밀고 살아서 시설을 나오고는 머리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투블럭이라는 것도 하고 염색도 하고 빠마도 하고... 며칠 전에 머리를 했는데 오랜만에 머리를 빡빡 밀게 되었네요.
하지만 별로 아깝지 않습니다. 아직도 시설에 남아있는 많은 동료들이 하루라도 빨리 탈시설해서 저처럼 살아있는 것처럼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걸 위해도 이까짓 머리카락쯤 백번도 자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앞장서서 투쟁에 참여하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나의 권리, 우리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든 시설 장애인이 탈시설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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