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정부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 2022. 11. 29. 정의당 의원총회


"종부세 정부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주말에 기획재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종합부동산세는 정부안으로 정상화되어야 합니다>라는 문서를 돌린 모양입니다. 월요일 다수 언론은 종부세 과세자 절반이 저소득층이라는, 기재부가 뽑아준 헤드라인으로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방침을 크게 우려하는 입장으로서, 기재부의 입장에 비판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주택자 종부세 실효세율 0.05%가 과중?


이미 1세대 1주택자는 세금을 엄청나게 감면받습니다. 2021년 납부자 중 84.3%가 고령자 및 장기보유 공제를 받았습니다. 납부자의 1/3은 최대 공제인 80%를 적용받습니다. 낼 돈이 없으면 납부 유예까지 가능합니다.


기재부는 1세대 1주택자 중 연소득 5천만원 이하 저소득층이 종부세 과세대상의 절반이고, 이들의 세 부담이 과중하다고 말합니다. 연소득 5천만원 이하를 '저소득층'으로 보는 자의적 기준은 별론으로 해도, 이 분들은 평균적인 공시지가현실화율을 기초로 판단할 때 시세로 최소 1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분들의 평균 세액은 기재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77만 8천원입니다. 최소인 부동산 가격 15억원을 기준으로 따져도 실효세율이 0.05%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득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간값인 2500만원을 기준으로 삼는다 해도 3%입니다. 최소 15억원의 자산을 가진 이들에게 이런 과세가 과중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진짜 수혜자는 다주택자


종부세는 다주택자와 법인이 대부분을 부담하는 세금입니다.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의 88.9%를 다주택자(2.7조원)와 법인(2.6조원)이 부담했습니다. 1세대 1주택자의 부담 세액은 3.5%에 그칩니다. 1주택자 이야기는 변죽을 울리는 겁니다. 핵심은 다주택자 세금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세를 없애고 세율을 절반 수준으로 깎으려고 합니다. 여기에 3억원의 추가 공제가 들어갑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상에 따르면, 2023년 다주택자 종부세는 1조 1659억이 감면되고, 법인이 2798억원 감면되어 전체 감면액 1조 4824억원의 97.5%를 차지하게 됩니다. 1주택자 감면액은 367억원 수준입니다. 5년간 10조원의 감면이 예상되는데, 대부분의 수혜자는 다주택자와 법인입니다. 정책의 의도라는 것은 수혜자가 누구인지에서 드러납니다. 


정부의 의도는 보유세 무력화


세제의 합리화 좋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지나친 중과세도 보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문제는 전체적인 보유세 수준 자체를 억제하고 축소하려는 방향성에 있습니다. 제도 개선 목표가 우선이라면 전체적인 보유세 규모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세율이나 과표를 조정해야겠지만, 이 정부는 일방적인 다주택자 중과 폐지와 세율 인하를 선택했습니다.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 자산 격차가 벌어질 때, 자산과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구성원들의 차이를 줄이고 안정적인 주거정책과 지역균형에 재정을 투입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자산가들의 세금부담을 걱정하며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겠다며 종부세를 깎아주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심지어 기재부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종부세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가격 오르면 세금 부담 걱정해서 감면해주고, 내려가면 세금의 필요성이 떨어지므로 깎아줘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지속적으로 대폭 감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선택적’ 글로벌 스탠더드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기재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릅니다. 가액 기준 과세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거나, 국제기구들의 권고사항을 들어 종부세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작 보유세를 강화하라는 최근 국제기구의 권고들은 무시합니다. OECD, 세계은행, IMF모두 불평등 완화와 포용성장을 위해서 부동산 보유세 포함 재산과세 강화를 정책적으로 권고한 바 있습니다.
2019년 OECD 15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비교한 대외정책연구원 자료는 한국의 보유세 수준(0.17)이 OECD평균(0.30)의 절반에 그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일본과 프랑스의 1/3에 불과하고, 캐나다의 1/5에 머뭅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다면 정부방침과는 반대로 보유세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현 기재부는 “국가별 보유세 부담을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OECD의 GDP대비 보유세 비중 통계”라고 주장하나, 지난해 기재부는 “보유세는 GDP대비 세수총액보다는 실효세율을 의미하는 부동산 가격 대비 세부담 비교가 보다 유의미 할 수 있음”이라며 GDP대비 보유세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반박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통계의 해석이 완전히 반대로 바뀌는 건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종부세 무력화가 의미하는 것


현재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GDP의 9%, 18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초과이득이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게 고스란히 소수의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귀속되는 현실이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서 격차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런 지대이익을 그대로 인정하는 사회는 지속 불가능합니다. 강남 입성이나 건물주 되기가 사람들의 삶의 목표가 되는 사회에서 혁신이 가능할까요? 종부세 무력화는 단순한 세금의 후퇴가 아닙니다. 그들만의 성을 공고히 쌓아올리고 기득권을 대를 이어 물려주는 사회적 집단의 고착화를 의미합니다.


자산불평등을 교정하는 보유세제는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현 정부의 종부세 흔들기 시도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단호히 막아 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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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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