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12. 20. 장혜영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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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고 답답하기도 해서 여기 적어둔다. 4년전에 52시간제가 도입될 때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여 적용유예하였다. 작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자에 적용되었고, 내년부터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다. 갑작스러운 결정도 아니고 오랫동안 예고된 일이다.
중소기업 중앙회도 관련해서 조사를 해 왔다. 2019년에는 70%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준비가 되질 않았다고 했는데, 2020년에는 61%가 "준비완료"라고 했다. 나머지 기업도 1-2년내 준비가 끝났다고 했고, 준비할 여건이 안된다는 기업은 7.6% 였다. 중기 중앙회의 자체 조사에 따른 추세를 보자면, 지금 현재 90%이상이 준비가 끝났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노동관련 법이든, 기업과 노동자가 100% 준비된 상태에서 도입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법과 규제는 애당초 필요없다).
그런데, 추가연장근로 일몰연장 호소문이 나왔다. 부랴부랴 그 이유를 찾아보니, 호소문에 딱 한가지 언급되어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22.10월)의 주52시간을 초과한 적 있는 사업장 중 제도 일몰 시 대응방안이 없다는 사업장이 75.5%"이라는 것이다. 얼핏 읽으면 75%에 달하는 30인 미만 기업이 아무런 방안 없는 상태로 내년부터 큰 혼란이 생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사실은 이렇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기업 중 19.5%가 주 52시간 일하는 근로자가 최소한 한명 있다. 이 기업들 중에 주52시간제에 대한 대책에 있느냐는 질문에 75.5%가 대책이 없다고 했다. 19.5% 기업 중에서 75.5%이니까, 전체적으로 14.6% 기업이 대책이 없다고 한 것이다. 52시간제에 대한 특별설문이고 중기중앙회의 입장이 분명한 이슈를 다룬 설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upper bound 에 해당할 것이고, 보기에 따라서는 과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책입안자에서는 이 14.6% 수치가 정책 자체를 무효화 내지는 유예할 만큼 높은 수치인지가 관건이다. 이 정도 수치라면, 법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부의 지원정책을 통한 안착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어떤 연유인지, '호소문'의 톤은 30인 미만 기업의 절대 다수가 어려워져서 산업 전체에 막대한 고통을 초래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또 하나. 호소문이 추가연장근로 시행이 기업 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고통을 줄 것이라고 염려했다. 당연한 걱정이지만, 그 고통의 대상으로 "최대 52시간의 근로수입만으로는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이탈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를 꼽았다. 마치 단시간노동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처럼 묘사한 셈인데, 52시간 일하면서도 생계를 담보할 수 없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일이고 정부, 기업,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노동자가 52시간보다 더 이상 일해서 생계비를 더 벌도록 독려하는 것이 어쩌다 정부의 일이 되었는지, 나로서는 난감하고 당황스럽다.
(늘 그랬듯이, 이 페북글은 개인적인 사사로운 의견으로 보도나 인용의 대상이 아닙니다)
- 2022. 12. 20. 장혜영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