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삶의 모순을 드러내는 싸움의 현장에 계시던 백기완 선생을 다시금 추모합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 2021. 2. 16. 정의당 의원총회 모두발언


엄혹한 시대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였던, 백기완 선생께서 어제 향년 89세의 일기로 영면하셨습니다. 수많은 분들께서 선생의 삶을 기리며 슬퍼하셨습니다.


정의당 지도부와 의원단은 어제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조문을 드리고 나오는 길에 책을 한 권 받았습니다. 백기완 선생의 한살매를 정리해 담은 책이었습니다. ‘한살매’란 ‘일생, 평생’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책을 열어보니 맨 앞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맨 첫 발. 딱 한 발 떼기에 목숨을 걸어라.”‘임을 위한 행진곡’의 모태가 되는 선생의 시, <묏비나리>의 첫 두 줄입니다. <묏비나리>는 한 발 떼기로 세상을 들어올리는 춤꾼에 관한 시입니다.


그 시를 읽으며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들어올리는 한 걸음을 목숨을 걸고 내딛는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가 추락하여 여기 타고 있던 장애인부부 중 한 명이 목숨을 잃고 한 명은 크게 다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고작 설치된 지 한 달이 지난 리프트였습니다. 당시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고작 13.74%에 불과했고, 리프트는 잦은 고장으로 장애인들을 사고의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사람들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시민들이 동등하게 이동권을 보장받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은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버스를 점거하며 장애인들의 동등하게 이동할 권리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고, 이제 서울 지하철 278개 역사 가운데 무려 91.73%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만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한 엘리베이터입니다.


모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그 한 발을 떼는 동안 2002년, 2004년, 2008년, 2012년에도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싸움은 가치가 있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싸움은 종종 불편을 만들기도 합니다. 며칠 전 오이도 휠체어 리프트참사 20주기를 맞아, 오이도역에서 서울역까지 50여명의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타는 시위를 벌였을 때 불편을 겪은 일부 시민들은 “이러니까 동정을 못 받는 거야!”라며 시위에 참여한 장애인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혜와 동정이 아니라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 마땅한,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입니다.


이 불평등한 세상에서 나는 당연히 누리는 자유를 누군가는, 그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릴 수 없다면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운이며 특권일 것입니다. 원한다면 어디든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들만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권리로 만들어가는 이 한발을 떼어가는 사람들에게 눈총 대신,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실 것을 저는 동료 시민 여러분께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늘 삶의 모순을 드러내는 싸움의 현장에 계시던 백기완 선생을 다시금 추모합니다. 그리고 맨 첫 발, 딱 한 발 떼기에 목숨을 거는 그런 정치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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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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