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의 동성애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 2022. 12. 9.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기자회견


안녕하세요.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입니다.


내일 74번째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이해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동성애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2시부터 예산안 통과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고, 안건 처리 이후 5분발언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했던 내용이지만, 오늘 본회의 일정이 미지수가 되었기에 이렇게 소통관에서 기자님들 앞에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에 찾아온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저출생 해결책의 하나로 기독교의 ‘동성애, 동성혼 치유회복운동’을 소개했습니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의장실은 가치판단을 한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이런 흐름이 있다고 나열한 것이라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그 발언은 잘못된 발언이며 해명 또한 잘못된 해명입니다.


동성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차별적인 시각은 ‘전환치료’라는 명목으로 역사속에서 수많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정신적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성소수자들은 치료의 이름으로 뇌를 절단당하고, 전기충격을 받고, 욕설과 구타, 강간을 당하며 고통 속에 죽어가야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런 폭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세상은 혐오와 편견 속에 동성애를 정신질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의학, 그리고 인권은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를 밝혀냈고,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1990년에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상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유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관한 독립 전문가’의 2020년 보고서는 ‘전환치료’를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비인간적인 이해방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비인간적인 이해방식이 저출생의 대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출생의 진짜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팽배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불평등입니다. 어린이를 배제하고, 여성을 차별하며, 돌봄을 경시하고 돈 없이는 인간 대접도 하지 않는 이 사회가, 이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 저출생의 진짜 원인입니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면서 저출생을 동성애 탓으로 미루는 것은 정치가 할 수 있는 가장 무책임하고 가장 부도덕한 일입니다.


국회의장에게 부여된 권위는 성적 지향에 관계 없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해당 발언에 대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발언 철회를 촉구합니다.


동성애는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존중해야 할 사랑의 한 형태이며,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는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용기를 보여줄지, 아니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서 끝끝내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의장으로 남을지는 전적으로 김진표 의장의 선택입니다.


내일은 12월 10일 74번째 인권선언일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인권의 대원칙이 없을 때 인간이 타인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똑똑히 알려줬고, 이 통절한 깨달음은 세계인권선언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이 깨달음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에서 성평등과 성소수자를 삭제했고, 국방부는 고 변희수 하사의 순직을 불인정했습니다. 행안부는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부정했고, 서울시는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지하철 무정차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은 동성애를 치유의 대상이라고 말하고 차별금지법은 15년째 단 한 번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 중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은 우리가 인권을 위한 싸움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더 가열차게 인권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할 이유입니다.


오늘 오전에 열린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거제통영고성 하청노동조합 유최안 부지회장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인권유린을 많이 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인권상을 시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예정되었던 낭독문의 낭독을 보이콧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권은 20층 높이 빌딩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사람들,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인 가치여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인권의 참된 의미입니다.


74번째 세계인권선언일을 하루 앞둔 오늘, 정교분리원칙을 가진 민주공화국의 국회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동성애자 시민의 동등한 존엄과 인권을 부정하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이상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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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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