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후보자에게 촉구합니다. 본인의 잘못된 과거 발언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십시오.



- 2020. 12. 18. 정의당 원내대변인 브리핑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김모 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김군의 죽음을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던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치부하는 발언을 했음이 내부 회의록을 인용한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당시 시인 심보선은 김군을 기리며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시 한편을 써 붙었습니다. 그 시의 제목은 ‘갈색 가방이 있던 역’입니다. 그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갈색 가방이 있던 역
-심 보 선


작업에 몰두하던 소년은
스크린도어 위의 시를 읽을 시간도
달려오는 열차를 피할 시간도 없었네.


갈색 가방 속의 컵라면과
나무젓가락과 스텐수저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니, 고작 그게 전부야?”


읽다 만 소설책, 쓰다 만 편지
접다 만 종이학, 싸다 만 선물은 없었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전지전능의 황금열쇠여,
어느 제복의 주머니에 숨어 있건 당장 모습을 나타내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이것 봐. 멀쩡하잖아, 결국 자기 잘못이라니까.”


갈가리 찢긴 소년의 졸업장과 계약서가
도시의 온 건물을 화산재처럼 뒤덮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무렴. 직업엔 귀천이 없지, 없고 말고.”


소년이여, 비좁고 차가운 암흑에서 얼른 빠져나오렴.
너의 손은 문이 닫히기도 전에 홀로 적막했으니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난 그를 향해 최대한 손을 뻗었다고.”


허튼 약속이 빼앗아 달아났던
너의 미래를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마, 여기엔 이제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는 소년은 없다네.”


자, 스크린도어를 뒤로하고 어서 달려가렴.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에게로 쌩쌩 달려가렴.
누군가 제발 큰 소리로 “저런!” 하고 외쳐주세요!
우리가 지옥문을 깨부수고 소년을 와락 끌어안을 수 있도록.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에게 묻습니다.
김군의 죽음이 정말로 그저 위탁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입니까.
정말로 김군이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우리 사회의 무수한 김군들을 지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차가운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 외롭게 멈춰서있는 지금, 위험의 외주화, 구조적 재난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안일하고 부당한 현실인식에 강력히 유감을 표합니다.


죽음의 행렬을 멈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오직 법 제정을 위해 곡기마저 끊은 유족들과 6석 정의당의 힘으로 위태로운 촛불처럼 국회 문턱 앞에 멈춰서있습니다.


변창흠 후보자에게 촉구합니다.
본인의 잘못된 과거 발언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십시오. 오늘도 어딘가에서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모든 김군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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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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