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촉구 기자회견:국회는 12년 전의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켜야 합니다.
일시: 2020년 12월 3일 오후 3시
장소: 국회 정문 앞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입니다. 투쟁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투쟁!
정치가 약속만 해놓고 지키지 않은 현장에서 다시 여러분을 뵙습니다. 2008년입니다. UN 장애인권리협약을 국회가 비준한 것이 벌써 12년 전의 일입니다. 12년 전 약속이 만약 제대로 지켜졌다면, 오늘 이 추운 날 저희는 이 자리에 모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많은 약속들 가운데 CRPD 19조, 자유로운 삶, 시설 밖에서의 삶, 장애가 있든 없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그 약속이 아직도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오늘 저는 여러분 앞에 사과 드리기 위해 그리고 이 약속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사람에게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차별받던 사람이 더 차별받는다, 이미 취약한 사람이 더 취약해진다.' 그리고 이미 가장 취약해진 사람들 가운데 시설장애인들이 있었습니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 때문에 처음 돌아가신 분은 정신장애인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무려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이 CRPD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과연 그분이 그곳에서 돌아가셨어야만 했을까요? 우리는 왜 이 질문을 2020년 이 자리에서 아직도 외치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어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물론 그 안에 담겨있던 만 65세 연령 제한 조항이 폐지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더 많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보장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었고, 코로나 상황에서 기존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자가격리 등을 이유로 긴급하게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지원의 내용도 빠졌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2020년 장애인 인권의 현실입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요? 수능이 치러지는 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수능을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능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 인권의 현실도 UN이,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격과 장애인 인권의 국격은 전 세계 앞에서 부끄럽지 않습니까? UN CRPD 19조 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모든 내용들, 장애가 있든 없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 약속을 이제는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21대 국회 모든 의원들께 촉구 드립니다. 이제 우리 선택의정서도 비준해야 할 때가 한참 지나고도 지났습니다. 약속이야 얼마든 할 수 있습니다. 지키지 않는 약속, 행동하지 않는 약속은 이제 그만하면 안 됩니까? 지금까지 했었던 약속, 이제 좀 제대로 지키면 안 됩니까? 이제 우리 그럴만한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호소 드립니다. 우리,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그럼 더 할 수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을 이번 21대 국회에서 제정하고, 그리고 단 한 사람의 시민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투쟁!
일시: 2020년 12월 3일 오후 3시